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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7화 — 730일

14,610일 · 7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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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은 마흔 년짜리 계획을 찢었다.

정확히는 첫 장만 뜯어서 구겼다.

2046년까지 한 번에 설계하려는 시도는 실패였다.

너무 멀었다.

변수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시간을 잘랐다.

사십 년.

십 년.

오 년.

그리고 첫 번째 구간.

730일.

2008년까지.

종이에 썼다.

D-730 — Capital Base

목표는 네 가지.

1. 파산하지 않을 것.

2. 금융시장 접근권을 확보할 것.

3. 위기 때 움직일 현금을 만들 것.

4. 첫 산업투자를 할 만큼의 신뢰와 자본을 만들 것.

그날 오후 그는 경제학과 세미나에 들어갔다.

정식 수강생도 아니었다.

주택시장과 신용팽창을 다루는 발표였다.

발표자가 말했다.

“물론 일부 지역은 과열돼 있지만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입니다.”

대니얼의 손이 멈췄다.

질문시간.

그가 손을 들었다.

“주택가격 하락이 담보가치 감소와 신용손실 확대를 동시에 만들 경우는요?”

발표자가 답했다.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증권화로 위험이 분산됐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기초자산에 연결된 기관들이 동시에 손실을 볼 수도 있잖습니까.”

이번에는 교수가 끼어들었다.

“그럴 수 있지. 다만 시스템 전체가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무너진다는 가정은 강해.”

“어느 정도까지 가야 강한 가정이 아니게 됩니까?”

몇몇 학생이 대니얼을 돌아봤다.

교수는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었다.

“좋은 질문이네. 네가 답을 찾아봐.”

세미나가 끝난 뒤 한 학생이 말했다.

“집값 폭락론자야?”

“아니.”

“그럼?”

대니얼은 잠깐 생각했다.

“시스템이 어디서 깨지는지 보는 중.”

“전공 뭐야?”

“기계.”

학생이 웃었다.

“왜 여기 있어?”

대니얼도 웃었다.

“그게 문제죠.”

도서관으로 가서 연체율과 신용스프레드를 다시 봤다.

작은 변화.

아직 누구도 공포라고 부르지 않을 정도.

하지만 방향이 맞았다.

대니얼은 차트를 저장했다.

그때 지도교수에게 메일이 왔다.

취업제안 답변기한 이번 주. 결정 필요.

대니얼은 오래 바라봤다.

안정적인 급여.

산업경력.

좋은 연구환경.

반대로 지금 길은 불확실했다.

투자경력 없음.

자본 작음.

계획은 미친 규모.

그는 처음으로 계산했다.

취업하면서 준비할 경우.

완전히 뛰어들 경우.

몇 년 차이가 날까.

정답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했다.

자기가 원하는 건 좋은 엔지니어가 되는 것만이 아니었다.

기술이 나오는 순서를 바꾸고 싶었다.

그러려면 자본배분을 직접 해야 했다.

그날 밤 그는 답장을 보냈다.

제안에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는 다른 길을 선택하려 합니다.

전송 직후 손이 차가워졌다.

좋은 안전망 하나를 스스로 끊었다.

로라에게 말했을 때 예상대로 표정이 굳었다.

“왜?”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

“투자부터.”

“네 전공하고 상관없잖아.”

“나중에는 연결돼요.”

“언제?”

대니얼은 거의 ‘2046년’이라고 말할 뻔했다.

“오래 걸릴 거예요.”

로라가 한숨을 쉬었다.

“그럼 더더욱 직장 다니면서 하면 안 돼?”

대니얼은 답하지 못했다.

합리적인 질문이었다.

토머스가 말했다.

“본인이 책임질 거면 해.”

로라가 남편을 노려봤다.

“당신은 왜 편들어?”

“편드는 거 아냐.”

토머스가 대니얼을 봤다.

“망하면 남 탓 하지 말라는 거지.”

대니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합니다.”

“그리고 집은 당분간 있어도 돼.”

그 말이 예상보다 아팠다.

대니얼은 처음으로 이번 삶의 선택이 자기만의 위험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취업제안을 거절한 날 밤, 로라는 생각보다 오래 화가 나 있었다.

“적어도 계획은 있어야 할 거 아니니?”

“있어요.”

“무슨 계획?”

대니얼은 대답하지 못했다.

PROJECT 2046을 보여줄 수는 없다.

친구들은 취업제안을 거절했다는 말을 듣고 반응이 엇갈렸다.

“미쳤냐?”

가장 먼저 나온 말.

“조금.”

대니얼이 답했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누군가는 부러워했다.

“나도 그런 배짱 있으면 좋겠다.”

다른 친구는 현실적으로 물었다.

“보험은?”

“개인으로 알아보고 있어.”

“수입은?”

“투자.”

“그게 직업이야?”

“만들어야지.”

친구 하나가 맥주를 내려놓았다.

“너 요즘 뭐에 쫓기는 것 같아.”

대니얼은 또 그 말을 들었다.

교수.

부모.

친구.

전부 같은 걸 보고 있었다.

“그렇게 보여?”

“응. 그냥 창업하고 싶은 사람하고 달라.”

“어떻게?”

“실패하면 돈 잃는 게 아니라 뭔가 더 큰 걸 놓치는 사람 같아.”

대니얼은 잔을 들었다.

대답하지 않았다.

친구가 말했다.

“그래도 가끔 연락은 받아라.”

“받잖아.”

“삼일 뒤에.”

“고칠게.”

“그게 더 무섭네.”

웃음이 터졌다.

대니얼도 웃었다.

이런 장면이 얼마나 남았을까.

그 질문이 떠올랐지만 이번에는 계산하지 않았다.

그날만큼은 친구들의 얼굴을 그냥 기억하기로 했다.

로라는 그 침묵을 다르게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없다는 거잖아.”

“엄마.”

“좋은 직장을 무조건 가라는 게 아니야. 네가 뭘 하려는지 설명도 못 하면서 인생을 걸겠다는 게 걱정되는 거지.”

대니얼의 목소리도 조금 높아졌다.

“설명할 수 없는 것도 있어요.”

“왜?”

“그냥… 아직은.”

그 순간 자기도 싫어하는 문장이 나왔다.

_아직은._

비밀을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이해를 요구하는 말.

로라는 더 묻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더 불편했다.

밤늦게 토머스가 부엌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대니얼이 내려오자 컵 하나를 더 꺼냈다.

“엄마 화났지?”

“네.”

“당연하지.”

“아빠는 안 화났어요?”

“나도 걱정되지.”

“그런데 왜 말 안 해요?”

토머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실패할 권리도 있으니까.”

대니얼이 그를 봤다.

“대신 실패해서 집에 돌아오면 일은 해야 해.”

“무슨 일.”

“내가 시키는 거.”

“그건 좀 무서운데.”

토머스가 웃었다.

대니얼도 따라 웃었다.

그 밤의 대화는 짧았다.

그러나 다음날 대니얼은 계획표 첫 줄에 하나를 추가했다.

Do not make other people pay for my urgency.

미래를 안다는 이유로 가족, 동료, 투자자에게 자기 속도를 강요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한다.

그 약속을 지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그날 밤 대니얼은 730일 계획을 벽에 붙였다.

첫 달.

세 달.

여섯 달.

2007년 말.

2008년.

각 구간마다 목표는 하나씩만 적었다.

처음에는 열 개씩 쓰려 했다.

곧 지웠다.

너무 많은 목표는 목표가 아니었다.

첫 90일:

Survive. Learn the market.

다음:

Build a verifiable track record.

그다음:

Find execution partner.

마지막:

Be liquid before the crisis peaks.

대니얼은 마지막 문장을 보고 한참 서 있었다.

첫 삶에서는 언제나 자원이 부족했다.

이번에는 일부러 남겨둘 것이다.

현금.

시간.

인력.

여유.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최대효율로 달리는 시스템은 위기에서 가장 먼저 부서진다.

그 교훈도 미래에서 가져온 자산이었다.

다음날.

차트의 연체율이 다시 한 칸 올라갔다.

대니얼은 그래프 끝을 봤다.

아직 작은 꺾임.

하지만 분명했다.

“왔네.”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게 말했다.

벽에 붙은 730일 계획 아래에는 빈칸을 하나 남겨뒀다.

What changed?

매달 한 번, 계획보다 현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적기로 했다.

계획을 지키는 것보다 계획을 고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이제는 조금씩 이해하고 있었다.

위기는 아직 아니었다.

그러나 시작은 이미 와 있었다.

계획표를 벽에 붙이고 한 걸음 물러섰다. 이제 목표는 많지 않았다. 대신 각각이 실제로 끝날 때까지 지킬 생각이었다.

END OF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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