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6화 — 병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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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가 대니얼을 공장에 데려간 건 우연이었다.
“차 좀 같이 타자.”
“어디 가는데요?”
“거래처.”
“왜 제가요?”
“집에만 있으면 곰팡이 핀다.”
지역의 작은 정밀가공 업체였다.
낡은 건물.
금속 절삭음.
오일 냄새.
작업복 입은 사람들이 기계 사이를 오갔다.
2046년의 자동공장과는 정반대였다.
2046년의 자동공장은 조명이 거의 필요 없었다. 사람은 드물었고, 로봇과 무인운반차가 밤새 움직였다.
여기는 사람이 모든 것을 붙잡고 있었다.
검사.
운반.
조립.
포장.
기계 한 대가 멈췄다.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앞 공정에서 부품이 늦자 뒤쪽 작업자들이 줄줄이 기다리기 시작했다.
대니얼은 걸음을 멈췄다.
“왜 서?”
토머스가 물었다.
“저거요.”
“뭐.”
“앞에서 늦으니까 다 멈추잖아요.”
“공장이 원래 그래.”
“사람 더 붙이면?”
“어디다?”
“뒤 공정.”
토머스가 웃었다.
“앞에서 안 나오는데 뒤에 사람 늘려서 뭐 하게?”
공장 관리자가 다가왔다.
“이번 주 납기라 죽겠습니다.”
토머스가 물었다.
“야근?”
“해야죠.”
“사람 더 넣고?”
“안 넣으면 더 늦고요.”
대니얼이 말했다.
“앞 공정이 병목인데 뒤에 사람 늘리면 비용만 늘잖아요.”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니얼을 봤다.
그가 입을 다물었다.
관리자가 웃었다.
“맞는 말이긴 하네.”
토머스가 말했다.
“얘 학교에서 이상한 것만 배웠어.”
대니얼은 라인을 더 오래 봤다.
기계가 고장난 게 아니다.
전체 시스템이 느린 이유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재고.
승인.
측정.
다음 장비의 대기시간.
2046년의 실패가 겹쳤다.
로켓이 부족해서 실패한 게 아니었다.
원자로도 부족했고.
반도체도 부족했고.
조립능력도 부족했고.
관측정밀도도 부족했다.
모든 병목이 마지막에 동시에 목을 졸랐다.
토머스가 말했다.
“저런 게 돈 먹는 거야.”
“기계 고장보다요?”
“기계 고장은 보이잖아. 저건 멀쩡한 척하면서 다 늦어져.”
돌아오는 차 안에서 대니얼은 거의 말이 없었다.
공장 책임자는 대니얼에게 생산일정표도 보여줬다.
종이와 자석으로 만든 단순한 보드였다.
대니얼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2046년에는 공장 전체가 실시간으로 상태를 공유했다. 자재 위치, 설비 상태, 품질, 전력, 납기까지 자동으로 반영됐다.
지금은 사람이 손으로 자석을 옮겼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잘 돌아갔다.
“이거 누가 관리합니까?”
“메리.”
책임자가 사무실 쪽을 가리켰다.
“이십 년째.”
“시스템 바꾸면 더 빨라질 것 같은데요.”
“어떤 시스템?”
대니얼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자기가 떠올린 건 아직 시장에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 수준의 소프트웨어였다.
“일단… 데이터부터 컴퓨터에 넣을 수 있겠네요.”
책임자가 웃었다.
“메리가 컴퓨터보다 빨라.”
실제로 그랬다.
잠시 뒤 어떤 작업자가 자재가 늦는다고 말하자 메리는 보드를 보지도 않고 어느 공급업체에 전화해야 하는지 말했다.
대니얼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을 바꿨다.
자동화의 목적은 사람을 없애는 게 아니었다.
사람 머릿속에만 있는 정보를 시스템이 함께 쓸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게 먼저였다.
차를 타고 돌아오며 토머스가 물었다.
“어땠어?”
“생각보다 사람한테 많이 묶여 있네요.”
“공장이 사람 일하는 데지 뭐겠냐.”
“나중엔 달라질 겁니다.”
“사람 없어질 거라고?”
“아뇨.”
대니얼은 공장의 메리를 떠올렸다.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 달라질 겁니다.”
토머스가 힐끗 봤다.
“넌 가끔 아주 오래 살아본 사람처럼 말한다.”
대니얼의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책을 많이 읽어서 그래요.”
“그럼 잠도 좀 읽어라.”
“그건 무슨 말이에요?”
“자라는 말.”
대니얼은 웃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PROJECT 2046을 열었다.
기존 목표 옆에 네 개의 열을 만들었다.
Bottleneck
Prerequisite
Lead time
Failure mode
Capital.
첫 병목.
자본.
두 번째.
금융시장 접근.
세 번째.
신뢰할 수 있는 실행자.
대니얼의 손이 멈췄다.
사람.
2046년의 그는 수많은 전문가와 함께 일했다.
그 사람들은 이미 수십 년의 경험을 가진 상태로 모였다.
2006년에는 아무도 없었다.
혼자.
미래를 알아도 혼자 회사는 못 만든다.
공장을 못 돌린다.
로켓을 못 띄운다.
세상을 구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다.
그는 한 줄을 적었다.
Find people who know what I don't.
그 아래.
Do not hire obedience. Hire correction.
쓰고 나서 피식 웃었다.
정작 자신이 교정을 잘 받아들일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며칠 뒤 대니얼은 혼자 다시 공장을 찾았다.
토머스 없이.
공장을 나서기 전, 대니얼은 생산관리 보드 사진을 찍으려 했다가 멈췄다.
작업자가 물었다.
“왜요?”
“나중에 비교하려고요.”
“뭘 비교하는데요?”
대니얼은 대답을 고르다가 말했다.
“얼마나 덜 기다리게 만들 수 있는지.”
작업자가 피식 웃었다.
“그거 되면 여기 다 좋아하겠네.”
“왜요?”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바쁜 게 아니라 기다리는 거거든요.”
그 말도 메모했다.
일이 많은 것과 시간이 낭비되는 건 다르다.
대니얼은 자기 삶도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는 하루 종일 바빴다.
그런데 바쁜 모든 일이 2046년을 앞당기는 건 아니었다.
앞으로는 ‘많이 하는 것’보다 ‘막힌 걸 푸는 것’을 우선해야 했다.
그 원칙은 공장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 필요했다.
이번에는 관리자가 아니라 현장 작업자 옆에 서 있었다.
“이 부품은 왜 여기 쌓여 있습니까?”
작업자가 처음엔 귀찮아했다.
“다음 설비 기다리는 거죠.”
“언제 들어갑니까?”
“모릅니다.”
“왜요?”
그가 대니얼을 보더니 웃었다.
“앞에 거 끝나야 하니까.”
대니얼은 작업표를 봤다.
예정시간.
실제시간.
대기시간.
종이상으로는 각 공정이 그리 느리지 않았다.
문제는 사이였다.
대기.
승인.
운반.
확인.
첫 삶의 거대한 프로젝트도 비슷했다.
각 팀은 자기 일정을 맞췄다.
그런데 팀과 팀 사이에서 시간이 사라졌다.
대니얼은 작은 수첩에 적었다.
Interfaces consume time.
작업자가 물었다.
“뭐 적어요?”
“기다리는 시간이요.”
“그게 제일 길죠.”
“그럼 왜 아무도 안 줄입니까?”
“누구 책임인지 애매하니까.”
대니얼은 펜을 멈췄다.
또 하나의 답.
병목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책임경계에서도 생겼다.
나중에 조직이 커질수록 이 문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저녁에 토머스가 맥주병을 열며 물었다.
“오늘 공장 재밌었냐?”
“네.”
“공대 대학원생이 공장 처음 본 사람처럼 보더라.”
“책으로 보는 거랑 다르네요.”
“당연하지.”
토머스가 한 모금 마셨다.
“사람도 그래.”
“뭐가요?”
“이력서로 보는 거랑 같이 일하는 건 다르다고.”
대니얼은 아버지를 봤다.
오늘 두 번째로 필요한 말을 들었다.
마침 휴대전화가 울렸다.
친구에게서 온 메시지.
Ethan Brooks. 토요일 12시.
대신 내가 책임 안 짐.
대니얼이 답했다.
알았어.
토머스가 물었다.
“누구냐?”
“사람 찾는 중이에요.”
“뭐 하는 사람?”
“제가 모르는 걸 아는 사람.”
토머스가 웃었다.
“그럼 세상에 많겠네.”
“그러게요.”
이번에는 대니얼도 웃었다.
◆대니얼은 공장 문을 나서며 뒤를 돌아봤다.
낡은 건물이었다.
2046년의 기준으로는 비효율투성이였다.
그런데 그 안에는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지식이 가득했다.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이 현재의 사람보다 현재를 잘 안다는 뜻은 아니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는 공장 소음이 귀에 남아 있는 걸 느꼈다. 숫자표에는 들리지 않는 종류의 정보였다.
그날의 공장 냄새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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