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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화 — 보이지 않는 돌

14,610일 · 4 / 287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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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은 소행성부터 찾으려 했다.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늦게 떠올린 선택이었다.

2046년에 지구를 끝낸 천체.

그것만 지금 찾아내면 되지 않는가.

사십 년이면 충분하다.

아니, 어쩌면 모든 금융과 창업 계획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관측자료를 정부와 학계에 넘기고 조기대응을 시작하면 된다.

대니얼은 학교 천문학 데이터베이스와 공개 천체목록을 뒤졌다.

문제는 곧 드러났다.

그는 2040년대의 소행성을 기억했다.

크기.

형태.

접근 방향.

마지막 관측 때의 궤도특성 일부.

하지만 2006년 천구좌표를 기억하지 못했다.

정확한 궤도요소도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40년 전 위치를 역산하려면 숫자가 필요했다.

그에게는 이미지와 사건이 있었다.

좌표표가 아니었다.

다른 학과의 박사과정 학생에게 질문했다.

“만약 2040년대에 지구 근접하는 천체가 있다고 가정하면, 현재 위치를 역산할 수 있나요?”

“궤도요소가 있으면.”

“없으면?”

“못 하지.”

“대략적인 접근 방향만 있으면?”

학생이 웃었다.

“우주가 얼마나 큰데.”

대니얼은 웃지 않았다.

“그럼 지금은 관측 안 될 수도 있겠네요.”

“당연하지. 어둡고 작고 태양 쪽이면 더 어렵고.”

“장비를 늘리면?”

“돈 많아?”

“아직은요.”

“그럼 논문부터 써.”

대니얼은 빈 화면을 오래 봤다.

증거가 없었다.

아무 정부기관에 가서 말한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_2046년 9월 17일, 8킬로미터급 천체가 지구에 옵니다._

그래서 좌표는?

모른다.

궤도는?

정확히 모른다.

관측했나?

아니다.

출처는?

죽어봤다.

미친 사람의 진술이었다.

대니얼은 그날 처음으로 중요한 제한을 적었다.

Impact object cannot be identified yet.

그는 아직 그 천체를 NEXUS라고 부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만 임시명을 붙였다.

Impact Object — 2046

그리고 목표를 추가했다.

Build the ability to find it.

이 한 줄이 수십 년 뒤 Nightglass의 시작이 된다.

대니얼은 포기하지 않고 직접 역산을 시도했다.

첫 삶에서 마지막으로 본 궤도 데이터 중 기억나는 숫자를 종이에 적었다.

충돌 날짜.

대략적인 접근 기하.

공전주기 범위.

크기 추정.

몇 개는 확실했고, 몇 개는 기억인지 추정인지조차 불분명했다.

학교의 천문계산 프로그램으로 가능한 범위를 넣자 후보 궤도가 하나가 아니라 수천 개 나왔다.

수치를 조금만 바꿔도 2006년의 예상 위치가 하늘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이건 못 쓰겠네.”

옆에 있던 천문학 박사과정 학생이 화면을 들여다봤다.

“뭘 찾는 거야?”

“가정 하나 검증 중입니다.”

“이 정도 오차면 검증이 아니라 점치기인데.”

“그렇죠.”

“왜 하필 2046년?”

대니얼의 손이 멈췄다.

“숫자가 편해서요.”

학생은 이해 못 한 얼굴로 돌아갔다.

대니얼은 다시 계산했다.

한 번.

열 번.

백 번.

가능한 후보 중 상당수는 현재 장비로 관측하기 너무 어두웠다. 어떤 후보는 태양과 너무 가까운 방향에 있었고, 어떤 것은 이미 예측오차가 너무 커 의미가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만약 자신이 정확한 궤도요소를 기억했다 해도, 공개적으로 증명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누군가에게 망원경 시간을 요청해야 한다.

관측에 성공해야 한다.

다른 팀이 독립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궤도를 충분히 오래 추적해야 한다.

과학은 ‘내가 안다’로 움직이지 않는다.

증거가 필요했다.

대니얼은 잠깐 충동을 느꼈다.

익명으로라도 경고를 뿌릴까.

인터넷에 올릴까.

그러면 누군가는 관심을 가질지도 모른다.

곧 생각을 접었다.

증거 없는 종말론자가 한 명 더 늘어날 뿐이었다.

오히려 훗날 실제 경고를 할 때 신뢰를 깎을 수 있었다.

그는 경고문 초안도 한 번 써봤다.

2046년 9월, 대형 천체가 지구와 충돌합니다.

그 아래에 근거를 쓰려다 멈췄다.

아무것도 없었다.

대략적인 크기?

기억.

접근 방향?

기억.

충돌일?

기억.

자기 자신이 심사위원이라도 기각했을 문서였다.

대니얼은 초안을 지웠다.

그리고 새 문장을 썼다.

The first task is not warning people.

The first task is becoming able to prove it.

그 문장 아래에는 필요한 것이 줄줄이 늘어났다.

관측장비.

데이터 처리.

천문학자.

장기 추적.

독립 검증.

대니얼은 한숨을 쉬었다.

소행성을 찾는 일조차 하나의 산업이었다.

결국 다시 같은 결론이었다.

기반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는 검색창을 닫았다.

당장 소행성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소행성이 숨어 있을 수 없는 시대를 앞당긴다.

더 많은 망원경.

더 넓은 파장.

우주 기반 관측.

더 좋은 궤도계산.

그것이 현실적인 답이었다.

며칠 동안 대니얼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도시에서는 별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가끔 집 앞에 나와 목이 아플 때까지 하늘을 봤다.

로라가 현관문을 열고 말했다.

“뭐 보니?”

“그냥요.”

“별?”

“네.”

“천문학으로 전공 바꾸려고?”

“그건 아닐 것 같아요.”

로라가 옆에 섰다.

“어릴 때도 별 좋아했어.”

대니얼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첫 삶의 너무 먼 장면이었다.

“그랬어요?”

“여덟 살 때 망원경 사달라고 한 달을 졸랐지.”

“사줬어요?”

“싼 걸로.”

“기억 안 나네요.”

“그러니까 애 키워봤자 소용없다니까.”

로라가 웃었다.

대니얼도 따라 웃었다.

잠시 후 그녀가 들어가고, 혼자 남은 대니얼은 다시 하늘을 봤다.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아직 아무도 모르는 어두운 점.

어쩌면 지금은 너무 멀리.

어쩌면 태양 쪽.

어쩌면 관측 자체가 불가능한 곳.

그는 처음으로 그 천체를 증오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생각했다.

돌은 숨은 게 아니다.

인류가 아직 못 보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답은 공포가 아니라 관측능력이었다.

그날 밤, 그는 새 문서를 만들었다.

PROJECT_2046

여덟 줄.

1. Capital

2. Compute

3. Energy

4. AI / Robotics

5. Materials / Manufacturing

6. Space Transportation

7. Planetary Defense

8. Continuity

여덟 번째에서 손이 멈췄다.

첫 삶의 지하시설.

달 거주지의 수용한계.

식량.

물.

전력.

살릴 수 있는 사람과 살리지 못한 사람의 차이.

그는 Goal 8 아래 적었다.

If defense fails, civilization must not.

그리고 현실 자산을 열었다.

$28,413.72

대니얼은 모니터의 숫자와 PROJECT 2046을 번갈아 봤다.

잠시 후 웃었다.

“좋아.”

웃을 일이 아니어서 더 웃겼다.

“처음부터 하자.”

그는 취업제안 메일을 다시 열었다.

높은 연봉.

좋은 연구환경.

훌륭한 경력.

답변기한이 며칠 남아 있었다.

대니얼은 거절하지 않았다.

아직.

대신 별도의 문서에 적었다.

First problem: capital and optionality.

돈만이 아니었다.

선택권.

어느 산업으로든 들어갈 수 있는 권한.

자기가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자유.

그걸 사야 했다.

문밖에서 토머스가 불렀다.

“저녁!”

“갈게요!”

대니얼은 PROJECT 2046을 암호화했다.

그 순간 문득 생각했다.

사십 년은 길지 않다.

하지만 오늘 저녁 식사까지 건너뛸 정도로 짧은 것도 아니다.

그는 컴퓨터를 끄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날 밤 침대에 누운 뒤에도 대니얼은 한 번 더 생각했다.

만약 당장 알릴 수 없다면, 최소한 훗날 “왜 더 일찍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변명은 하지 않겠다.

증거를 만들 능력부터 만든다.

그것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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